AI가 전문가보다 빨라진 시대, 우리는 무엇을 공부하고 무엇을 가르쳐야 하나
회계사 12명과 최상위 AI를 붙여봤더니 AI가 더 빠르고 정확했다. 그러나 이 숫자를 “전문직의 종말”로 읽으면 절반만 보는 것이다. 더 큰 변화는 인간의 값어치가 지식의 보유량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판단하고, 책임지고, 사람을 설득하는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20초 핵심
회계사 12명과 AI를 붙여봤더니 벌어진 일
2026년 10월 초 AI 인재·평가 기업 Mercor가 꽤 불편한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미국 공인회계사 12명에게 월말 결산과 관련된 네 가지 과제를 맡겼다. 참가자들의 평균 경력은 약 5년 반이었다. 절반은 Big Four 경력이 있었다.
과제에는 여러 파일을 뒤져 숫자를 찾고, 잘못 분류된 항목을 바로잡고, 발생주의 회계에 맞게 거래 시점을 조정하는 작업이 들어갔다. 인간 회계사들의 평균 점수는 약 37%. 반면 Claude Opus 5는 같은 과제를 20번 수행해 20번 모두 100점을 받았고, 매번 10분 안에 끝냈다.
비용 차이도 컸다. Mercor 계산으로는 평가 기준 하나를 맞히는 데 Claude가 약 0.21달러, 인간 회계사는 미국 중위 임금을 적용할 경우 약 10.35달러가 들었다. 약 49배 차이다.
이 실험은 네 개의 단순화되고 잘 정의된 과제였다. 실제 회사의 결산 전체에는 예외 상황, 불완전한 정보, 조직 내부 맥락, 질문과 협의, 규제 책임이 섞여 있다. Mercor가 Ramp와 만든 더 복잡한 APEX-Accounting 160개 과제에서는 최신 AI도 아직 모든 업무를 높은 신뢰도로 끝내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직업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느냐가 아니다. 한 직업 안에서 AI가 훨씬 잘하는 업무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사라지는 것은 직업보다 ‘업무의 가격’일 수 있다
예전에는 보고서 한 장을 만들기 위해 사람이 자료를 찾고, 엑셀을 돌리고, 초안을 쓰고, 오류를 잡았다. 이제 이 과정 가운데 상당 부분을 AI가 몇 분에서 몇십 분 안에 처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먼저 벌어질 가능성이 높은 변화는 “회계사라는 직업이 사라진다”가 아니라 “회계사가 3시간 하던 특정 작업의 시장가격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변호사의 초안 작성, 애널리스트의 자료 정리, 마케터의 리서치, 개발자의 반복 코딩도 같은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가치가 올라갈 일도 있다.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정하는 일, AI가 놓친 전제를 찾아내는 일, 위험한 결론에 서명하는 일, 고객을 설득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일이다.
|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이 큰 능력 | 가치가 올라갈 가능성이 큰 능력 |
|---|---|
| 자료 검색과 정리 | 좋은 질문과 문제 정의 |
| 정형화된 계산과 문서 초안 | 결과의 검증과 예외 판단 |
| 규칙이 명확한 반복 업무 | 불완전한 정보에서의 의사결정 |
| 지식을 많이 외우는 능력 | 여러 분야를 연결하는 사고 |
| 그럴듯한 보고서를 만드는 능력 | 결과에 책임지고 사람을 움직이는 능력 |
세계경제포럼은 2030년까지 현재 직무에 필요한 핵심 기술의 약 39%가 바뀔 것으로 예상했다. AI와 빅데이터가 가장 빠르게 중요해지는 기술로 꼽혔지만, 동시에 분석적 사고, 창의적 사고, 회복탄력성, 리더십, 호기심과 평생학습 역시 중요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1. AI를 ‘검색창’이 아니라 동료처럼 써야 한다
AI에게 한두 문장 묻고 답변이 별로라며 평가하는 시대는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실제 생산성 차이는 모델 이름보다 일을 얼마나 잘 쪼개고, 필요한 자료를 주고, 결과를 검증하고, 다음 단계로 연결하느냐에서 커진다.
Anthropic의 2026년 경제지수 조사에서도 AI 사용자 다수는 업무 속도, 처리 범위, 품질이 개선됐다고 답했다. 중요한 것은 AI를 가끔 쓰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업무 흐름 자체를 AI 중심으로 다시 짜는 사람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2. ‘내가 잘하는 일’보다 ‘AI가 못하는 내 일’을 찾아야 한다
자격증이나 경력 자체가 방어막이 되지는 않는다. 자신의 업무를 20개 정도의 작은 작업으로 쪼개보는 편이 낫다. 그중 AI가 지금도 80점 이상 하는 일은 빠르게 맡기고, AI가 자주 틀리는 일, 책임이 필요한 일, 사람 사이의 신뢰가 필요한 일에 시간을 더 써야 한다.
3. 평생 한 직업보다 평생 여러 번 재교육받는 삶을 전제로 해야 한다
앞으로 안정적인 사람은 변화가 없는 직업을 찾은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도구가 나올 때마다 자신의 일을 다시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직업명보다 학습 속도가 더 중요한 자산이 되는 셈이다.
아이 교육은 오히려 더 ‘기본기’로 돌아가야 한다
AI 시대라고 초등학생부터 프롬프트 기술만 가르치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니다. 지금 유행하는 도구 이름은 몇 년 뒤 바뀔 수 있다. 오래 남는 것은 생각하는 힘이다.
먼저 자기 머리로 풀어보고, 그다음 AI와 비교하고, 틀린 이유를 설명하게 하는 방식이 더 낫다. AI를 정답 기계가 아니라 사고를 점검하는 상대방으로 쓰는 교육이다.
투자자는 ‘AI 모델 1등’보다 돈이 어디로 이동하는지 봐야 한다
이 변화는 투자에서도 중요하다. AI가 전문직 업무의 일부를 실제로 대체하기 시작하면 돈은 단순히 챗봇 회사에만 가지 않는다. 기업이 업무를 AI 중심으로 다시 설계하는 과정에서 컴퓨팅, 클라우드, 데이터, 보안, 업무 소프트웨어, 전력 인프라까지 넓은 생태계가 함께 필요해진다.
다만 “AI가 성장한다”와 “AI 관련 주식이면 모두 오른다”는 전혀 다른 문장이다.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를수록 오늘의 강자가 내일도 같은 마진을 유지한다는 보장은 없다. 모델 가격 하락, 오픈소스 경쟁, 과도한 데이터센터 투자, 고객의 투자수익률이 주요 변수다.
개인 투자자가 가져갈 핵심은 AI 기업을 무작정 추격하는 것이 아니라, AI 때문에 실제 매출과 현금흐름이 늘어나는 기업 과 AI 때문에 기존 사업의 단가가 무너지는 기업 을 구분하는 것이다.
더 긴 시간축에서는 또 하나의 헤지가 있다. 노동소득만으로 AI 생산성 향상의 혜택을 받기 어렵다면, 생산성 증가를 흡수하는 기업의 지분을 장기적으로 소유하는 방법이다. 다만 개별 기업 집중보다 밸류에이션과 경쟁 구도를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하다.
- 그렇지 않다. 다만 자격증의 가치가 “내가 계산을 더 잘한다”에서 “규정을 이해하고 결과에 책임질 수 있다”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법적 책임과 신뢰가 필요한 영역일수록 사람의 서명은 오래 남을 수 있다.
- 모든 사람이 개발자가 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자신의 분야 지식에 AI와 데이터 활용 능력을 붙이는 편이 현실적이다.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 언어 자체보다 문제를 구조화하고 도구를 연결하는 능력이다.
- 연령과 과제에 맞는 제한은 필요하지만 전면 금지는 현실적인 해법이 되기 어렵다. 먼저 스스로 생각하게 한 뒤 AI로 검증하고, AI의 답을 반박하거나 수정하게 만드는 방식이 더 교육적이다.
- 전공보다 전공을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중요해질 가능성이 높다. 회계, 법, 의학, 공학 같은 도메인 지식은 AI의 답을 검증하고 실제 책임을 지기 위해 여전히 필요하다. 다만 암기와 반복 작업만으로 차별화하기는 점점 어려워질 수 있다.
체크 포인트
인사이트 타임스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