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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는 줄었는데 일자리도 사라졌다: 미국을 덮친 ‘Low-Hire, Low-Fire’의 함정

실업률 4.1%만 보면 미국 고용시장은 멀쩡해 보인다. 하지만 채용률과 이직률을 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온다. 기업은 사람을 자르지 않지만, 새로 뽑지도 않는다. 그 결과 가장 먼저 끊기는 것은 실업자의 일자리만이 아니라 직장인의 ‘연봉 상승 사다리’다.

20초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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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미국의 구인 공고는 727만 건으로 2019년 7월의 720만 건과 비슷했다. 그러나 실제 채용률은 3.2%로 2019년 3.9%보다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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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달 자발적 퇴사율은 1.9%, 해고·해고성 이직률은 1.0%였다. 사람을 내보내지도, 스스로 옮기지도 않는 노동시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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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실업률보다 ‘이동성’이다. 이직 프리미엄이 약해지면 미국 중산층이 임금을 크게 올리는 가장 중요한 경로도 좁아진다.

실업률은 안정적이다. 그런데 왜 취업은 이렇게 어려울까

8월 미국 실업률은 4.1%였다. 비농업 고용도 한 달 새 16만2,000명 늘었다. 이 숫자만 보면 경기침체형 고용 붕괴와는 거리가 있다.

그런데 구직자가 체감하는 시장은 훨씬 차갑다. 7월 JOLTS에서 미국의 실제 채용은 510만 건, 채용률은 3.2%에 그쳤다. 2019년 7월 채용률 3.9%와 비교하면 노동시장의 ‘입구’가 눈에 띄게 좁아졌다.

더 흥미로운 것은 구인 공고다. 2026년 7월 구인 공고는 727만 건으로, 2019년 7월의 720만 건과 거의 비슷하다. 일자리 숫자만 보면 코로나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실제 채용은 훨씬 덜 일어난다. 공고가 곧 채용을 뜻하지 않는 시장이 된 것이다.

기업이 택한 것은 해고가 아니라 ‘동결’이다

Stanford SIEPR는 이 상태를 ‘low-hire, low-fire equilibrium’, 즉 저채용·저해고 균형이라고 설명한다. 기업은 경기 불확실성 때문에 공격적으로 사람을 늘리기 어렵지만, 이미 확보한 숙련 인력을 대규모로 줄일 만큼 절박하지도 않다.

숫자도 정확히 이 모습이다. 7월 해고·해고성 이직률은 1.0%였다. 2019년 7월의 1.2%보다 낮다. 반면 자발적 퇴사율은 1.9%로 2019년 2.4%보다 크게 낮아졌다.

사람들이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밖에 나가서 더 좋은 자리를 구할 확률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새 직원을 뽑고 교육하는 대신 기존 인력의 생산성을 높이는 쪽이 안전하다. 고용시장의 양쪽이 동시에 움직임을 줄이면 해고 뉴스는 줄어도 체감 경기는 더 답답해질 수 있다.

진짜 손실은 ‘연봉 점프’의 사라짐이다

미국 노동시장에서 이직은 단순한 직장 이동이 아니다. 더 높은 임금으로 점프하는 가장 강력한 경로 중 하나다.

Atlanta Fed의 7월 Wage Growth Tracker를 보면 이직자의 임금 상승률은 4.4%, 직장을 유지한 사람은 3.6%였다. 여전히 이직 프리미엄은 남아 있다. 하지만 올해 초에는 이직자 임금 상승률이 4.7%였다. 노동 이동성이 약해지면 이 프리미엄을 실제로 얻을 수 있는 사람도 줄어든다.

이 차이가 중요하다. 해고되지 않은 사람은 통계상 ‘고용 안정’ 상태다. 하지만 더 좋은 회사로 옮기기 어렵고, 외부 오퍼가 줄어들면 현재 회사와의 임금 협상력도 약해진다. 저채용·저해고 시장은 실업률을 급등시키지 않으면서도 중산층의 소득 상승 속도를 조용히 낮출 수 있다.

AI는 아직 범인이 아니라, 기업이 기다리는 이유에 가깝다

여기서 AI를 모든 원인의 주범으로 단정하면 과장이다. SIEPR 역시 AI가 지금까지 노동수요에 미친 직접 효과는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한다.

다만 기업의 의사결정에는 이미 영향을 줄 수 있다. 앞으로 AI로 같은 일을 더 적은 인원으로 할 수 있다고 믿는 CEO라면, 지금 당장 20명을 해고하지 않더라도 다음 5명을 뽑는 결정을 미룰 수 있다. 특히 정보기술과 전문서비스처럼 AI의 생산성 효과를 먼저 시험할 수 있는 업종에서는 신규 채용을 보수적으로 운영할 유인이 크다.

실제로 7월 전문·비즈니스 서비스의 채용은 한 달 새 18만8,000명 감소했다. 8월 고용보고서에서도 정보산업은 고용이 줄었다. 이것만으로 AI 효과라고 결론낼 수는 없지만, ‘해고보다 채용 보류’가 먼저 나타날 수 있다는 가설과는 맞아떨어진다.

INSIGHT TIMES VIEW

이 시장을 볼 때 실업률 하나만 보면 방향을 잘못 읽기 쉽다.

Low-Hire, Low-Fire의 핵심은 고용 붕괴가 아니라 고용의 ‘순환 정지’다. 회사 안에 있는 사람은 비교적 안전하지만, 밖에 있는 신규 졸업자·실업자·경력 전환자는 문이 좁다. 그리고 재직자 역시 외부 선택지가 줄어드는 순간 임금 협상력이 약해진다.

따라서 이 현상이 오래 지속되면 미국 가계에 미치는 충격도 과거 침체와 다를 가능성이 크다. 대량실업이 한꺼번에 소비를 무너뜨리기보다, 이직·승진·임금 점프가 줄면서 중산층의 소득 기대를 서서히 낮추는 방식이다.

다만 2026년 하반기 경기와 기업 투자 회복이 실제 채용으로 연결되면 이 균형은 빠르게 깨질 수 있다.

실업률이 4.1%면 미국 고용시장은 여전히 강한 것 아닌가?
  • 침체형 붕괴는 아니다. 다만 실업률은 ‘직장이 있는가’를 보여줄 뿐, 얼마나 쉽게 새 직장을 찾고 더 높은 임금으로 이동할 수 있는지는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다.
구인 공고가 727만 건이나 있는데 왜 채용이 어렵나?
  • 기업이 공고를 유지하면서도 실제 충원 속도를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2019년과 구인 공고 규모는 비슷하지만 현재 채용률은 훨씬 낮다.
AI 때문에 채용이 줄었다고 볼 수 있나?
  • 아직 단정할 수 없다. 현재 확인되는 것은 채용 둔화다. AI가 직접 일자리를 대체했는지, 경기 불확실성·금리·비용통제가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
이 현상이 주식시장에는 나쁜가?
  •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 통제와 생산성 개선이 마진에 긍정적일 수 있다. 반면 가계소득과 소비가 약해질 정도로 장기화하면 성장률에는 부담이 된다.
Low-Hire, Low-Fire가 끝났다는 신호는 무엇인가?
  • 실업률 하락보다 채용률과 퇴사율의 동반 상승이 더 직접적인 신호다. 사람들이 다시 회사를 옮기고 기업이 실제로 사람을 뽑기 시작해야 노동시장이 다시 회전한다.

체크 포인트

채용률(Hires Rate)3.2%에서 다시 3.5~4%대로 올라가는지가 핵심이다. 구인 공고보다 실제 채용 회복이 중요하다.
자발적 퇴사율(Quits Rate)현재 1.9%. 2%대 중반으로 회복하면 노동자가 다시 외부 기회를 믿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이직자 임금 상승률Atlanta Fed의 Job Switcher 지표가 재직자보다 얼마나 높은 프리미엄을 유지하는지 봐야 한다.
전문·비즈니스 서비스와 정보산업 고용AI 도입이 빠른 화이트칼라 업종에서 신규채용 회복이 먼저 나타나는지, 또는 계속 막히는지가 중요하다.
장기실업자 수8월 27주 이상 실업자는 약 190만 명이었다. 이 숫자가 늘면 ‘채용 동결’이 실업의 장기화로 전환되고 있다는 경고다.
해고가 줄어든 시장은 안전한 시장이 아니라, 옮겨서 연봉을 올릴 길이 막힌 시장이다.

인사이트 타임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