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LY?테크

AI 거품은 주가가 아니라 부채에서 터질 수도 있다

BIS가 꺼낸 질문은 “AI가 가짜인가”가 아니다. 기술이 진짜여도 투자 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칠 수 있고, 그 투자에 빚과 복잡한 금융 연결이 붙으면 주가 조정보다 훨씬 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견해가 맞다고 전제할 필요는 없다. 다만 AI 거품을 판별하는 기준을 주가에서 현금흐름과 부채로 넓혀 보자는 문제 제기는 이해할 가치가 있다.

사진 Fred Romero from Paris, France · CC BY 2.0 · 위키미디어 커먼즈

20초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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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5개 대형 기술기업의 2025~2026년 AI 관련 자본지출은 합계 1조달러를 넘을 것으로 BIS는 본다. 업계 전망을 인용하면 글로벌 AI 투자는 현재 약 5,000억달러에서 2030년 3조~4조달러까지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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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투자 규모 자체보다 자금의 출처다. 대형 기업의 CAPEX가 이익과 잉여현금흐름보다 빠르게 늘면서 회사채, 특수목적기구, 비은행 대출, 사모신용 같은 외부 자금의 비중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 BIS의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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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공급자가 AI 기업에 투자하고, 그 AI 기업이 다시 공급자의 GPU나 클라우드를 사는 ‘순환금융’이 겹치면 매출은 회계상 실제여도 최종수요가 얼마나 독립적으로 만들어졌는지 따로 볼 필요가 생긴다.

BIS의 질문은 “엔비디아 PER이 높은가”가 아니다

AI 거품 논쟁은 대개 주가에서 시작한다. 엔비디아가 몇 배 올랐는지, 빅테크의 PER이 과거 평균보다 높은지, 조정이 몇 퍼센트 나올지를 묻는다.

하지만 BIS 사무총장 파블로 에르난데스 데 코스가 9월 10일 연설에서 강조한 금융안정의 질문은 조금 다르다. AI 인프라에 들어가는 돈이 너무 빨리 커지고 있고, 그 돈을 기업 내부 현금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워질 때 금융 시스템 안에 어떤 연결고리가 생기느냐는 것이다.

주가는 30% 떨어져도 누군가의 평가손실로 끝날 수 있다. 반면 100억달러짜리 데이터센터가 빚으로 지어졌는데 임대료와 컴퓨트 매출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으면 대출기관, 사모신용 펀드, 건설사, 서버업체, 전력계약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주가 거품과 신용 거품은 같은 단어로 묶이지만 작동 방식이 다르다.

먼저 돈을 두 종류로 나눠보면 이해가 쉽다

첫 번째는 AI 산업 바깥에서 들어오는 돈이다. 기업이 Copilot 좌석을 사고, 개발자가 Claude나 OpenAI API 사용료를 내고, 소비자가 AI 구독료를 내고, 광고주가 AI 기반 검색이나 추천 서비스에 더 많은 돈을 쓰는 경우다. 이것은 최종 고객이 효용을 느끼고 지불하는 ‘외부 수요’다.

두 번째는 AI 생태계 안에서 이동하는 돈이다. 칩 회사나 하이퍼스케일러가 AI 랩에 지분을 투자하고, AI 랩은 그 자금으로 다시 GPU와 클라우드 용량을 계약한다. BIS 워킹페이퍼가 공개된 거래를 연결해 그린 네트워크에는 약 460억달러의 지분투자와 8,790억달러의 다년 구매 약정이 표시돼 있다.

이 구조가 곧바로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신산업 초기에 공급자가 고객의 성장을 금융적으로 지원하는 일은 흔하다. 자동차 회사가 딜러 금융을 돕고, 통신장비 회사가 통신사의 장비 구매 자금을 지원하는 것과 비슷한 면이 있다.

다만 투자자가 봐야 할 질문이 하나 늘어난다. ‘GPU가 팔렸는가’만이 아니라 ‘그 GPU로 만든 서비스에서 외부 고객의 돈이 얼마나 들어오고 있는가’다. 내부 자금과 구매 약정이 최종수요보다 훨씬 빠르게 커진다면, 산업의 성장률은 강해 보여도 그 성장의 경제적 질은 약할 수 있다.

순환금융은 ‘가짜 매출’이라는 뜻이 아니다

여기서 가장 쉽게 생기는 오해가 있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나 하이퍼스케일러가 AI 회사에 투자하고, 그 회사가 다시 GPU나 컴퓨트를 산다고 해서 해당 매출이 회계상 가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현금이 오가고 실제 장비와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다.

문제는 독립성이다. 공급자가 고객의 자금조달을 돕고 그 돈이 다시 공급자 매출로 돌아오는 비중이 커질수록, 우리는 ‘최종 고객이 스스로 벌어들인 돈으로 사는 수요’와 ‘생태계가 먼저 자금을 공급해 만들어진 수요’를 구분해야 한다.

그래서 순환금융은 회계부정의 주장이라기보다 수요의 질과 금융 연결성을 보는 렌즈에 가깝다.

빚이 끼면 왜 위험의 성격이 달라질까

자기 돈 100으로 데이터센터를 지으면 수익률이 낮아져도 주주의 손실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자기 돈 30에 빚 70을 섞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매출이 기대보다 적어도 이자는 정해진 날짜에 내야 한다.

AI 인프라는 특히 선투자가 크다. GPU, 네트워크, 냉각, 전력 연결, 토지와 건물에 먼저 돈이 들어가고, 매출은 이후 여러 해에 걸쳐 회수된다. 그래서 예상 가동률이 낮아지거나 컴퓨트 가격이 빠르게 떨어지면 현금흐름이 흔들릴 수 있다.

더 어려운 문제는 담보다. 범용 오피스 빌딩과 달리 특정 전력구조와 냉각설비, GPU 세대에 맞춘 자산은 급하게 팔 때 제값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 BIS 워킹페이퍼는 이 ‘전문화된 자산의 헐값 매각’이 부채와 결합할 때 손실을 키울 수 있다고 모델링한다.

‘50% 과잉투자’는 실제 CAPEX 감사 결과가 아니다

BIS 워킹페이퍼의 가장 자극적인 숫자는 약 50%다. 논문은 승자독식에 가까운 시장에서 기업들이 경쟁사를 앞서기 위해 사회적으로 효율적인 수준보다 약 1.5배 투자할 수 있다고 계산한다. 수요가 가격 변화에 덜 반응하는 조건에서는 약 3배까지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숫자를 “현재 AI CAPEX의 절반은 낭비”라고 읽으면 안 된다. 이것은 실제 데이터센터를 하나씩 조사해 불필요한 설비를 합산한 통계가 아니라, 경쟁과 자금조달 구조를 가정한 경제모델의 결과다. 게다가 해당 워킹페이퍼는 저자의 연구이며 BIS 회원 중앙은행의 공식 견해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명시한다.

이 모델이 말하려는 핵심은 숫자 자체보다 인센티브다. 시장 1등이 대부분의 이익을 가져갈 것이라고 믿는다면 각 회사는 ‘조금 덜 짓는 것’보다 ‘너무 많이 짓는 것’을 선택할 유인이 생긴다. 개별 기업 입장에서는 합리적이어도 산업 전체로는 공급 과잉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렇다고 지금을 닷컴버블이나 금융위기로 단정할 수는 없다

반론도 강하다. 현재 AI 투자 중심에는 막대한 현금흐름을 가진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메타 같은 기업이 있다. AI 수요도 단순한 기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제 기업용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광고, 코딩, 검색에서 매출과 생산성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또 데이터센터는 철도처럼 한 번 놓고 끝나는 자산이 아니다. 모델이 바뀌어도 상당수 전력·냉각·네트워크 인프라는 다른 컴퓨팅 수요에 재사용될 수 있다. 민간신용이 늘어난다고 해서 곧바로 2008년식 금융위기가 된다는 뜻도 아니다.

따라서 BIS의 논리를 ‘AI는 거품이다’로 줄이면 오히려 중요한 부분을 놓친다. 더 정확한 질문은 이렇다. AI가 기술적으로 성공하더라도, 지금 지어지는 모든 데이터센터와 모든 GPU가 투자자가 기대한 수익률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가.

INSIGHT TIMES VIEW

이 관점에서 보면 AI 투자 논쟁의 단위가 바뀐다. 지금까지는 GPU 출하량과 빅테크 CAPEX가 늘면 대체로 강한 수요의 증거로 받아들였다. 앞으로는 그 다음 줄을 봐야 한다.

38GW를 확보했다는 뉴스보다 그 38GW의 가동률이 얼마인지, 장기 컴퓨트 계약의 고객이 누구인지, 고객이 그 계약을 감당할 현금흐름을 만들고 있는지, 프로젝트에 붙은 부채의 금리와 만기가 어떤지가 중요해진다.

AI 혁명과 AI 투자수익률은 동시에 참일 필요가 없다. 철도는 세상을 바꿨지만 모든 철도 투자자가 돈을 번 것은 아니었다. 인터넷은 세상을 바꿨지만 2000년에 존재하던 모든 인터넷 기업이 살아남은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장기투자자에게 더 유용한 프레임은 ‘AI가 진짜냐 가짜냐’가 아니다. ‘누가 자기 돈으로 짓고 있는가, 누가 빚으로 짓고 있는가, 그리고 마지막에 누가 현금으로 그 서비스를 사주는가’다.

그럼 엔비디아 매출을 의심해야 하나요?
  • 그렇게 단순화하면 안 된다. GPU 판매는 실제 매출일 수 있다. 다만 일부 수요가 공급자 투자나 장기 금융지원과 연결돼 있다면, 최종 고객의 독립적인 현금수요가 얼마나 뒷받침되는지 함께 봐야 한다.
BIS는 AI 버블이 곧 터진다고 전망했나요?
  • 아니다. 에르난데스 데 코스는 AI 붐이 반드시 그런 결말로 간다고 말하지 않았다. 규모와 속도, 기대수익에 비해 부채와 금융 연결이 커지는 만큼 금융안정 관점에서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50% 과잉투자는 믿을 만한 숫자인가요?
  • 실측치가 아니라 경제모델의 기준 시나리오 결과다. 현재 CAPEX의 정확한 과잉 비율로 사용하면 안 된다. ‘승자독식 경쟁이 과잉설비를 만들 수 있다’는 메커니즘을 정량화한 값으로 보는 편이 맞다.
AI가 생산성을 크게 높이면 이 우려는 사라지나요?
  • 상당 부분 약해질 수 있다. AI 서비스가 높은 생산성을 만들어 기업들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그 현금이 데이터센터 투자비와 이자를 충분히 감당한다면 큰 CAPEX도 정당화될 수 있다. 결국 핵심 변수는 기술의 존재가 아니라 경제적 수익의 크기와 속도다.
개인투자자는 무엇을 가장 먼저 보면 되나요?
  • PER 하나보다 CAPEX 대비 FCF, 순부채 변화, 장기 구매약정, 데이터센터 가동률, AI 서비스의 외부 고객 매출을 함께 보는 편이 낫다. 주가가 비싸다는 경고와 사업의 금융구조가 취약하다는 경고는 서로 다른 문제다.

체크 포인트

AI 서비스 매출과 FCF클라우드·AI 소프트웨어의 실제 매출과 잉여현금흐름이 CAPEX 증가 속도를 따라가면 BIS식 우려는 약해진다. 반대로 투자만 늘고 현금회수가 지연되면 우려는 강해진다.
AI 관련 부채와 사모신용회사채, 프로젝트 파이낸싱, 특수목적기구, private credit가 얼마나 빠르게 늘어나는지 본다. 특히 현금흐름이 약한 사업자에게 레버리지가 집중되는지가 중요하다.
데이터센터 가동률과 컴퓨트 가격용량은 늘었는데 가동률이 떨어지거나 GPU 임대가격이 급락하면 공급 과잉의 초기 신호가 될 수 있다.
장기 구매약정의 질수천억달러의 계약 총액보다 고객의 신용도, 취소 조항, 선급금, 실제 사용량 전환 속도를 봐야 한다.
외부 고객의 지출AI 생태계 밖 기업과 소비자의 실제 지출이 공급자·AI랩 사이의 투자와 약정보다 빠르게 커지는지가 가장 중요한 확인 지표다.
AI가 기술로 성공해도, 빚으로 지은 데이터센터가 모두 기대한 수익률을 낼지는 다른 문제다.

인사이트 타임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