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이 끝이 아니다 - 씨티가 본 2031년 메모리 슈퍼사이클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시간표가 다시 길어지고 있다. 씨티는 AI가 ‘한 번 배우는 모델’에서 계속 새 지식을 받아들이는 지속 학습으로 이동하면 HBM뿐 아니라 서버 DRAM과 기업용 SSD까지 동시에 부족해질 수 있다고 본다. 핵심은 가격 상승보다 AI의 메모리 사용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20초 핵심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시간표가 2028년에서 2031년으로 길어졌다
지금까지 메모리 업계의 강한 시나리오는 대체로 “2027년이 가장 빡빡하고, 2028년부터 신규 공급이 조금씩 따라온다”는 그림이었다. 그런데 씨티가 9월 14일 내놓은 글로벌 반도체 리포트는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씨티는 AI가 단순한 훈련과 추론을 넘어 지속 학습 - continual learning으로 이동하면서 글로벌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31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2028년에는 수급이 완화되기는커녕 더 나빠질 가능성을 제시했다.
중요한 변화는 “AI 모델이 얼마나 커지느냐”보다 “AI가 얼마나 자주 새 지식을 받아들이고, 과거 지식을 얼마나 오래 보관하며, 얼마나 많은 사용자의 상태를 동시에 유지하느냐”다.
이 관점이 맞다면 메모리 수요의 성격이 달라진다. 모델을 한 번 학습할 때만 대량의 HBM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서비스가 작동하는 동안 서버 DRAM과 SSD까지 지속적으로 더 많이 필요해진다.
씨티가 제시한 숫자는 상당히 공격적이다
씨티는 2027년 글로벌 DRAM bit 수요가 전년 대비 약 30.2% 증가하는 반면 공급은 18.8%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봤다. 2028년에는 수요가 약 35% 늘고 공급은 약 22% 증가한다는 전망이다. 수요와 공급의 차이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벌어진다.
서버 DRAM이 특히 중요하다. 씨티는 서버 DRAM 수요를 1Gb 환산 기준 2026년 2,263억 개에서 2027년 3,417억 개로 약 51% 늘어날 것으로 추산한다. 서버가 전체 DRAM 수요의 약 67%를 차지한다는 계산이다.
가격 전망도 강하다. 씨티는 2026년 DRAM blended ASP가 전년 대비 242.4% 상승하고, 2027년에도 추가로 23.1% 상승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 다만 242.4%는 씨티가 구성한 blended ASP 추정치다. 모든 DRAM 제품의 현물가격이 일률적으로 세 배 넘게 오른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왜 ‘지속 학습’이 메모리를 더 많이 먹는가
현재 대부분의 생성형 AI는 거대한 모델을 미리 학습시킨 뒤, 사용자의 요청에 추론으로 답한다. 물론 모델은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되지만 매 순간 새 지식을 자기 파라미터에 계속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지속 학습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간다. AI가 새로운 업무와 새로운 정보를 계속 받아들이고, 이미 배운 지식을 잃지 않으면서 성능을 갱신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메모리는 세 방향에서 동시에 필요해진다.
쉽게 말하면 오늘의 AI가 ‘시험공부를 끝낸 학생’에 가깝다면, 지속 학습 AI는 일을 하면서 매일 새로운 교재를 읽고, 과거 노트를 기억하고, 다음 업무에 다시 꺼내 쓰는 직원에 가깝다. 계산량뿐 아니라 기억의 양 자체가 커진다.
HBM을 조금 줄여도 메모리 수요는 사라지지 않는다
씨티 리포트에서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최근의 HBM ‘de-spec’ 논쟁을 보는 시각이다. 일부 AI 가속기에서 HBM 용량을 낮추거나 KV Cache 일부를 외부 스토리지로 넘기는 움직임을 메모리 수요 둔화로 볼 수도 있다.
씨티의 해석은 반대에 가깝다. HBM이 귀하고 비싸기 때문에 시스템 설계자가 일부 데이터를 서버 DRAM이나 고용량 eSSD로 이동시키는 것이며, 이것이 오히려 메모리 수요를 다른 계층으로 확산시킨다는 것이다.
특히 KV Cache 오프로딩이 확대되면 QLC 기반 고용량 기업용 SSD가 새로운 수혜를 받을 수 있다. NAND에서도 씨티는 2027년 수요 +29% 대 공급 +21%, 2028년 수요 +33% 대 공급 +25%를 예상한다. 공급 부족률은 2027년 약 6.1%, 2028년 약 5.5%로 제시됐다.
이것은 중요한 변화다. AI 메모리 투자를 HBM 하나로 정의하기 어려워진다. 시스템 설계가 바뀌면 수요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HBM에서 DDR5, eSSD로 이동할 수 있다.
공급은 왜 이렇게 느린가
수요가 30~60%씩 증가한다면 메모리 회사가 공장을 많이 지으면 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번 사이클은 공급 대응 속도가 유난히 느리다.
첫째, HBM이 일반 DRAM 생산능력을 잠식한다. HBM은 일반 DDR보다 웨이퍼 소모량과 후공정 부담이 크다. HBM 생산을 늘릴수록 범용 DRAM에 돌아갈 여유가 줄어든다.
둘째, 미세공정 전환만으로 얻는 bit growth가 과거보다 쉽지 않다. 씨티는 2027년 DRAM 업계 평균 웨이퍼 생산능력이 약 8% 증가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본다.
셋째, 신규 팹은 발표와 생산 사이의 시간이 길다. 부지 확보, 건설, 장비 반입, 수율 안정화, 고객 인증까지 수년이 걸린다. CapEx가 급증해도 당장 다음 분기 공급으로 나오지 않는다.
결국 메모리 업계는 수요가 급증하는 동안 생산능력을 재배치해야 하고, 그 재배치 자체가 다른 메모리의 공급을 줄이는 구조에 들어가 있다.
2028년 이후에는 Personal AI와 Physical AI가 변수다
씨티의 2031년 전망이 특히 공격적인 이유는 2028년 이후 새로운 수요층까지 가정하기 때문이다.
Personal AI가 개인별 이메일, 문서, 일정, 과거 대화와 선호를 장기간 기억한다면 사용자 한 명당 필요한 저장공간과 활성 메모리는 지금보다 커진다.
Physical AI가 로봇, 자율주행차, 산업 자동화로 확산되면 AI는 클라우드뿐 아니라 차량과 공장, 로봇에서도 계속 센서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해야 한다.
씨티의 장기 시나리오는 바로 이 두 수요가 지속 학습과 결합한다는 가정 위에 서 있다. 이것이 실현된다면 2028년 신규 팹이 가동돼도 새 공급이 신규 수요에 빠르게 흡수될 수 있다.
메모리 3사를 보는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 기업 | 강점 | 이번 사이클에서 확인할 것 |
|---|---|---|
| SK하이닉스 | HBM 선도지위와 AI 고객 레버리지 | HBM4·HBM4E 수율, 고객 집중, 차세대 패키징 확보 |
| 삼성전자 | 대규모 DRAM 기반과 HBM, 파운드리, 패키징 결합 여력 | HBM4 고객 인증, 수율, AI DRAM 믹스 개선 |
| 마이크론 | 미국 AI 공급망, HBM·서버 DRAM·eSSD 동시 노출 | 장기계약, HBM4E 전환, 신규 Fab 투자와 FCF |
씨티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뿐 아니라 SanDisk와 Kioxia도 주요 메모리 선호주로 제시했다. 장비와 소재에서는 Applied Materials와 Lam Research 등도 언급했다. 다만 ‘top pick’이라는 사실은 씨티의 투자판단이지 기업가치 상승을 보장하는 사실은 아니다.
세 가지 시나리오로 보면 더 명확하다
씨티의 보고서가 중요한 이유는 목표주가가 아니라 메모리 수요의 함수를 바꿔 놓았기 때문 이다.
기존 공식은 단순했다. 더 큰 모델 → 더 많은 GPU → 더 많은 HBM이었다. 씨티의 새 공식은 다르다. 지속 학습 → 반복적인 재학습 → 긴 기억 → KV Cache → 서버 DDR5와 eSSD → Personal AI와 Physical AI로 이어진다.
이 시나리오가 맞다면 이번 메모리 사이클은 과거처럼 PC와 스마트폰 출하량이 회복되고 재고가 줄어드는 정도의 사이클이 아니다. AI 시스템 하나가 사용하는 메모리의 양과 종류가 동시에 증가하는 구조적 사이클에 가까워진다.
그러나 2031년까지 부족하다는 전망을 확정된 미래처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그 전망에는 지속 학습이 실제 상용 AI의 주류가 되고, Personal AI와 Physical AI가 충분한 속도로 성장하며, 신규 메모리 Fab의 생산성 개선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여러 가정이 들어 있다.
따라서 투자자에게 중요한 것은 ‘2031’이라는 숫자 자체보다 씨티의 가정들이 분기마다 현실이 되는지 확인하는 것 이다.
- 그렇다. 9월 14일 공개된 리서치 노트를 인용한 복수 보도에 따르면 씨티는 지속 학습, 고밀도 eSSD, KV Cache 오프로딩, 2028년 이후 Personal AI와 Physical AI 수요가 결합하면 공급 긴장이 2031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는 전망이지 확정된 사실은 아니다.
- 아니다. 씨티가 구성한 blended ASP 추정치다. 제품군과 믹스 효과가 섞여 있으므로 일반 DRAM 현물가격 전체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 일부 HBM 수요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씨티는 그 데이터를 DDR5나 eSSD로 넘기는 시스템 설계가 확산되면서 전체 메모리 수요는 다른 계층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본다.
- 지속 학습 상용화가 예상보다 느려지거나, AI CapEx가 둔화하거나, 신규 팹의 생산성이 예상보다 빠르게 높아지는 경우다. 이 세 변수가 동시에 나타나면 공급 부족 기간은 크게 짧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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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타임스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