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초 핵심
민주당이 미국 중간선거에서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아니나 다를까. 프리마켓에서 테슬라와 스페이스X 주가가 나란히 4% 넘게 떨어졌다. 다른 빅테크 기업들과 비교해도 유독 눈에 띄는 하락이었다.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한숨과 원망이 쏟아졌다.
“테슬라는 4분기에 강하다는 말도 이제 옛말이네.”
“일론은 왜 그렇게 공화당에 정치자금을 쏟아부어서 이런 사달을 만들었을까.”
“앞으로 몇 년은 테슬라 주가가 오르기 어렵겠네.”
어떤 사람은 이제 테슬라와 스페이스X 투자는 그만두고 엔비디아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에 투자하겠다고 했다.
그 글들을 읽다 보니 나도 마음이 무거워졌다.
아, 나는 지난 6년 동안 테슬라에 묶여 얼마나 많은 투자 기회를 놓친 걸까.
엔비디아와 구글이 성장하는 동안 테슬라의 미래를 믿고 기다려 온 시간. 그 기회비용이 갑자기 크게 느껴졌다. 평소에는 장기투자자라고 자신 있게 말하지만, 이런 날에는 나 역시 흔들린다.
앞으로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와 일론 머스크는 얼마나 자주 충돌할까. 의회 조사, 청문회, 규제 압박, 정치적 설전이 연일 언론을 장식할지도 모른다. 사실과 추측이 뒤섞인 뉴스가 쏟아질 생각을 하니 벌써 피곤해진다.
그런데 문득 2년 전이 떠올랐다.
공화당이 이겼을 때 테슬라는 행복했을까
2024년 11월,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공화당이 의회까지 장악하자 테슬라 주가는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대선 직전 250달러 안팎이던 주가는 12월 중순 장중 488달러를 넘었다. 한 달 남짓한 기간에 거의 두 배가 된 것이다.
당시 시장은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인사가 되면서 테슬라에 유리한 정치적 환경이 열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그다음은 어땠을까.
2025년 테슬라 주가는 연간 약 11.4% 상승했지만, 그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2026년 11월 3일 종가는 398.50달러. 2025년 말보다 11.4% 낮고, 2024년 12월의 장중 고점보다도 약 18% 낮은 수준이다.
공화당이 백악관과 의회를 모두 장악하고, 머스크가 대통령과 가까워졌다고 해서 테슬라 주가가 계속 오르지는 않았다.
왜 그랬을까.
결국 주식시장은 정치적 우호 관계보다 기업이 실제로 무엇을 해냈는지 묻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판매의 성장 둔화, 중국과 유럽에서의 경쟁 심화, 정치 활동에 따른 브랜드 이미지 훼손, 로보택시와 옵티머스의 상용화 속도. 투자자들이 기대한 미래와 눈앞에 나타나는 사업 성과 사이에는 여전히 거리가 있었다.
정치가 주가를 끌어올릴 수는 있어도, 기업의 실적과 기술적 성취까지 대신 만들어 주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그렇다면 반대도 성립하지 않을까.
공화당이 이겼다고 테슬라가 반드시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면, 민주당이 이겼다고 테슬라가 반드시 실패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민주당은 테슬라의 기술을 멈출 수 있을까
물론 정치의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
민주당이 의회 권력을 장악하면 머스크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와 감시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자율주행 안전성이나 정부 계약, 이해충돌 문제도 정치적 쟁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의회 권력과 기업의 기술 경쟁력은 같은 것이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여전히 연방 행정기관을 이끌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테슬라가 해결해야 할 질문은 선거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FSD는 운전자의 상시 감독 없이 충분히 안전하게 작동할 수 있을까. 로보택시는 제한된 지역의 서비스를 넘어 대규모 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옵티머스는 시연 영상 속 로봇이 아니라 고객이 돈을 지불하는 제품이 될 수 있을까. 에너지 사업은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까.
스페이스X 역시 발사 비용과 운송 역량, 스타링크의 수익성, 새로운 우주 인프라 사업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확장하느냐가 중요하다. 테슬라와의 기술적 시너지도 구체적인 사업 성과로 나타나야 의미가 있다.
이 가운데 어느 것도 선거 개표 결과만으로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일은 아니다.
오히려 정치적 우호 관계가 사라졌을 때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있다.
정치의 도움 없이도 고객이 선택할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업인가.
장기투자자에게는 이 질문이 훨씬 중요하다.
그래도 6년이라는 시간은 아깝다
그렇다고 마음이 쉽게 편해지는 것은 아니다.
장기투자가 어려운 이유는 주가가 떨어지기 때문만은 아니다. 내가 투자한 기업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다른 기업들이 앞서가는 모습을 계속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6년 전의 나는 지금쯤 테슬라가 훨씬 더 많은 것을 이루었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기술이 세상을 바꾸는 속도와 그 기술이 기업의 이익으로 돌아오는 속도는 다르다. 그리고 주식시장은 우리가 기다려 준 시간에 이자를 붙여 돌려주는 곳도 아니다.
그래서 기회비용에 대한 후회는 정당하다.
엔비디아나 구글에 투자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자연스럽다. 테슬라를 오래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앞으로도 반드시 보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오늘처럼 정치 뉴스로 주가가 급락한 순간에 그동안의 투자 판단을 통째로 부정하는 것도 경계하고 싶다.
투자 논리가 무너져서 팔아야 하는 것인지, 주가가 떨어져서 팔고 싶은 것인지. 이 두 가지를 구별하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다.
이제 몇 년만 더 버텨보자는 마음
나는 처음 테슬라에 투자할 때 10년을 바라보기로 했다.
그 약속이 무조건 버티겠다는 뜻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믿었던 기술과 사업의 가능성이 현실로 나타나는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지켜보겠다는 뜻에 가까웠다.
그렇다면 앞으로 몇 년도 마찬가지다.
주가가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팔지는 않겠다. 하지만 10년을 채워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눈을 감지도 않겠다.
로보택시가 실제로 얼마나 많은 고객을 태우는지, 옵티머스가 얼마나 생산되고 판매되는지, 에너지 사업이 얼마나 많은 현금을 창출하는지 계속 확인할 것이다.
기대했던 성취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내 판단이 틀렸을 가능성도 인정해야 한다. 반대로 성취가 하나씩 쌓인다면 정치적 소란은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보다 작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어쩌면 장기투자는 좋은 기업을 찾아 오래 보유하는 일만이 아닐 것이다.
내가 왜 그 기업을 샀는지 끊임없이 되묻고, 새로운 사실 앞에서 생각을 고쳐 나가면서도 매일의 소음에 쉽게 휘둘리지 않는 일일 것이다.
오늘은 테슬라 주가보다 내 마음이 더 크게 흔들린 날이다.
그래서 조금은 의식적으로 정신 승리를 해보려 한다.
민주당이 이겼다고 테슬라의 미래까지 진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테슬라를 믿는다는 이유만으로 그 미래가 저절로 오는 것도 아니다.
결국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가 성취해야 할 것을 성취하는지 지켜볼 수밖에 없다.
정치인은 선거에서 이기고 진다. 기업은 결국 제품과 실적으로 평가받는다.
나는 아직 테슬라의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도 팔지 않는다.
다만 이제는 막연히 기다리기보다, 내가 기다리는 미래가 실제로 얼마나 가까워지고 있는지 조금 더 냉정하게 지켜보려고 한다.
- AP : 2026 중간선거 결과
- WSJ : 테슬라·스페이스X 프리마켓 반응
- Macrotrends : 테슬라 연간 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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